보컬 겸 기타리스트 커트니 러브, 기타리스트 에릭 얼랜드슨, 베이시스트 질 에머리, 드러머 캐롤린 루로 라인업을 이루며 탄생한 LA 출신 여성
록 밴드 ‘Hole(홀)’은 90년대 팝 음악계에서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이제는 사그러들어 자취를 찾기 힘든 얼터너티브 록/그런지를 얘기할 때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밴드이다. 그러나, 밴드의 음악보다는 팀의 리더 커트니 러브에 항상 따랐던 수식어 ‘그런지의 제왕’ 커트 코베인의
부인이라는 점 때문에 그녀의 신변은 항상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었고, 이에 따라 커트니의 사생활과 광적인 언행 등 주로 음악 외적인 부분이
언론에 의해 도드라지게 회자되며, 정작 밴드의 음악은 뒷전으로 밀리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홀은 남성들에게 평정되어온 록 음악계에서 남성 밴드 못지않은 넘치는 에너지와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던 여성 록 그룹이었음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991년 『Pretty On The Inside』, 1994년 『Live Through』, 1999년 『Celebrity Skin』 이렇게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했던 홀은 잇달아 일어난 사건들 - 커트 코베인의 권총 자살, 두 달 후 밴드의 멤버 크리스틴의 약물 과다 복용에 의한
사망 사건과 이와 관련한 커트니 러브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여러 억측들 속에서 혼란을 겪다가 결국 밴드는 해체하기에 이른다.



밴드의 해체 전 <래리 플린트>, <필링 미네소타> 등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 활발히 활동했던 커트니는 2003년 소속사인 유니버설를 떠나 EMI
산하 버진 레코드와 계약하고 그녀의 솔로 데뷔 앨범을 준비한다.

커트니 러브는 전 4 Non Blondes(포 넌 플론즈)의 리드 싱어이자 Christina Aguilera(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음악을
작곡했던 Linda Perry(린다 페리)와 엘튼 존의 가사를 담당했던 Bernie Taupin(베르니 토핀)과의 협력 작업을 통해 2004년
2월, 그녀의 솔로 앨범 『America’s Sweetheart』을 발매하게 되었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일러스트 쟈켓이 인상적인 『America’s Sweetheart』 앨범은 전체적으로 좀 더 얌전한(?)
팝 록 앨범이었던 홀의 마지막 앨범 [Celebrity Skin]에 비해 보다 스트레이트하고 헤비한 사운드와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곡 전개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정열적인 커트니의 에너지가 곳곳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록 앨범이다.

첫 싱글이자 앨범의 첫 곡을 장식하고 있는 'Mono'는 디스토션 잔뜩 실린 직선적인 기타 플레이와 커트니의 거칠고 허스키한 보컬이 함께
뿜어내는 파워풀한 에너지가 넘치는 날 것 그대로의 록 넘버이다. 또한, 재기 넘치는 곡 구성과 자유분방한 연주로 듣는 이에게 해방감을 안겨주는
'But Julian…', 단조의 어둡고 둔탁한 기타 리프에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신서사이저 사운드가 이채로운 'All The Drugs',
질주하는 기타와 드럼 연주, 포효하는 보컬이 예전의 그런지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I’ll Do Anything'등 충만한 에너지가 살아숨쉬는
펑크 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밖에도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과 관조적인 가사 위에 그녀의 메마른 보이스를 얹어 쓸쓸하고도 애상적인 사운드를 내는 락 발라드 'Uncool',
'Never Gonna Be The Same'와 캐치한 멜로디의 팝 록 넘버 'Sunset Strip', 'Almost Golden'가 함께
실려 있어 듣는 이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고, 음악과 인생의 반려자였던 남편의 자살과 동료의 죽음 등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커트니 러브…

영국의 팝 음악지Q 매거진에서는 그녀의 앨범을 “기대했던 것 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가 넘친다. 질주하는 사운드와 시적이며 솔직한 가사가
일품이다.”라고 평하며 그녀의 솔로 데뷔를 반기고 있다.

일단 커트니 러브는 성공적인 솔로 신고식을 치루고 있는 듯 하다. 그녀는 최소한 “Rock is Dead”라고 말하는 시대에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몇 안 되는 여성 록커이다.